[DBR/동아비즈니스리뷰] 목소리는 상대방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좋고 나쁨을 평가해 호감 또는 반감을 가진다. 이 때문에 목소리는 호감을 사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데 가장 매력적인 무기다. 뿐만 아니라 목소리는 남성의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목소리가 CEO의 커리어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떤 목소리의 CEO가 더 큰 기업에서 일하고, 연봉도 높게 나타났을까. DBR 170호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원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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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말해주는 것들: 매력, 호소력, 사회적 지위?
우리는 목소리를 통해 성격, 체구, 나이, 호르몬 등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목소리가 유전자 품질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주장한다. 목소리가 면역력(immunocompetence)과 위압감(dominance)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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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목소리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과 관계가 있으며 체구 크기를 암시한다. 목소리 피치(pitch·높이)가 낮을 경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고 체구가 클 것으로 기대돼 ‘좋은 유전자(good genes)’의 징표라고 간주한다. 이에 비해 피치가 높으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적고 체구가 작을 것으로 기대한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량과 관계있는 목소리는 위압감과 매력을 말해준다. 중저음 목소리가 위압감을 면서도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목소리는 호소력을 좌우한다. 많은 연구는 목소리가 콘텐츠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증명한다.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 허스키한 목소리 등 그 유형에 따라 자동적·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 때문에 목소리를 호감을 사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데 가장 매력적인 무기이며 상대방을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파워를 가진다.
또,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기도 한다. 2014년 캐나다 맥마스터대 오코너(O’Connor) 교수팀은 목소리와 사회적 지위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중저음을 가진 사람은 체구가 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우선 여성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 고음인 남성에 비해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가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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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애버딘대 스미스(Smith) 교수팀은 남성 목소리에 대한 여성의 반응을 추적 조사했다. 특히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기억 간 관계를 통해 목소리가 단순히 우성 유전자의 지표일 뿐 아니라 배우자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검증하려 했다. 연구진은 중저음과 고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 각각 물건 이름을 읽은 내용을 녹음한 뒤 이를 들은 여성이 얼마나 기억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여성이 중저음 남성이 말한 물건 이름을 기억하는 비율(평균=84.7%)이 고음인 남성이 말한 물건 이름을 기억하는 비율(평균 = 77.8%)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추가로 같은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거나 낮추면 여성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남성이 목소리를 높일 때(평균 = 79.3%)보다 낮출 때(평균 = 86.4%) 더 많은 물건 이름을 기억했다. 해당 연구는 여성들이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를 선호하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중저음의 목소리일수록 더 높은 연봉 받는다?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목소리가 CEO의 기업 규모와 연봉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듀크대 메이유(Mayew) 교수팀은 목소리 피치와 CEO 성공 간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792개 기업 CEO의 연설 테이프를 구한 뒤 목소리와 해당 기업의 각종 경영지표 간 관계를 분석했다. 792개 기업 CEO의 중앙값(median)은 목소리 피치 125.5㎐, 연봉 370만 달러, 나이 56세, 재직기간 5년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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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CEO 목소리와 연봉이 관련 있을까. 연구진은 목소리가 낮은 CEO일수록 규모가 큰 기업을 경영하고, 그에 따라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음을 밝혔다. 피치가 중앙값보다 21㎐ 낮은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 규모는 440만 달러, 연봉은 18만 7000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또한 재직기간도 중앙값을 가진 CEO들보다 151일(약 5개월)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CEO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에서 일하고,
연봉이 높으며, 재직기간도 길다
이 연구는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한 가운데 목소리 효과만을 분석한 것으로 목소리가 CEO의 커리어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실험연구는 중저음 목소리를 가진 개인은 리더십도 출중할 것으로 기대받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저음이 능력, 설득력, 자신감, 신뢰도 등 긍정적인 속성과 연계돼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들은 중저음이 CEO의 필살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노력으로 좋은 목소리 가질 수 있다
좋은 목소리는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면역력이 높아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데 유리한 유월 유전자다. 따라서 누구나 좋은 목소리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목소리를 타고나야만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후천적 훈련을 통해 바뀔 수 있다.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훌륭한 연설가로 유명하다 | 출처 동아사이언스
과학자들은 목소리를 단련하는 비밀을 찾아내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들은 이탈리아, 브라질, 프랑스 등 많은 나라의 정치인들이 카리스마 있게 말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타고나면서부터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훈련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인으로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잘하려면 자신의 목소리를 극단으로까지 높이거나 낮추는 방식으로 높낮이를 조정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방법이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라는 것을 발견했다. 즉, 정치 지도자들이 다른 지도자들에게 말할 때는 자신의 권위를 보이기 위해 목소리를 낮춰야 하고, 정치 외 다른 이슈(사람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이슈)를 말할 때에는 더욱 목소리를 낮춰 말해야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목소리는 사실 그 내용보다도 사람을 더 강력하게 설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CEO,임원교육을 위해 '스피치 코칭'을 하고 있다. 스피치 코칭 과정에는 '목소리 교정'도 포함된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억양(intonation)이 있는 영어에 비해 우리말은 리듬 없이 단조로운 스타일이기 때문에 리듬을 가미한 목소리가 더욱 호소력을 얻을 수 있다. 음악처럼 같은 내용이라도 리듬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욱 편안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중저음을 계속하면 과도하게 마초(macho)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따라서 목소리 피치를 계속 변화시키는 방식, 즉 대화하는 동안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낮추는 방식으로 리듬을 집어넣는 게 좋다.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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